제 749 호 [교수사설]AI 시대, IT 전공자의 자세
요즘 유튜브나 뉴스 속에서 '더 이상 코딩을 배우지 말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자주 눈에 띈다. 마치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자리를 곧 대체할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즉 인간이 자연어로 AI에게 원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면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은, 많은 학생들에게 위기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 영상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발자는 개발만 하지 않는다.' 서비스 기획, 요구사항 정리, 이해관계 조율, 우선순위 설정, 코드 리뷰, 테스트, 비즈니스 맥락의 이해까지 이 모든 과정이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5년 4월, 팀 오라일리(Tim O’Reilly)는 'The End of Programming as We Know It(프로그래밍의 종말이 아니라, 우리가 알던 프로그래밍의 종말)'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을 발표했다. O’Reilly는 IT전공 교재 출판사로도 유명한데, 그는 “어셈블리 언어에서 C로, GUI에서 웹으로, API에서 클라우드로 기술이 진화할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이젠 프로그래밍이 끝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프로그래머의 수는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AI 기반 프로그래밍 혁신을 또 다른 진화의 물결로 본다. 이제 프로그래밍은 단순한 코딩이 아니라, 고차원적 문제 해결과 창의적 기획의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AI는 우리가 코드를 짜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제는 “CHOP (Chat-Oriented Programming)”처럼 대화를 통해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유지보수해야 한다.
모순적이지만, 최근 유명 AI 기업은 개발자 채용 공고에 “채용 과정에서 AI를 사용하지 말 것”을 명시했다. 단순히 AI가 잘 짜준 코드가 아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전략을 세우고, 그 결과를 검증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보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진짜 중요한 역량은 “AI를 쓸 줄 아느냐”가 아니라 “AI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느냐”이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SW개발자 일자리는 202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었다. 그리고 고급 엔지니어는 억대 연봉을 받는 데 비해 중간 수준의 개발자 수요는 줄어드는 양극화도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은 언제나 새로운 역할과 산업을 만들어냈다. 산업혁명 때도 직조공은 사라졌지만,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인터페이스는 웹사이트, 앱에서 이제 AI 에이전트로 바뀌고 있다. 이를 개발하고 기획하는 ‘에이전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역할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줄 수는 있어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어떤 코드가 ‘좋은 코드’인지 판단하며, 고장 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예를 들어, Vibe coding으로 ‘Palindrome’ 문제를 풀면 AI는 스택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가 스택이라는 자료구조의 개념을 모른다면, 그 코드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고, 결국 유지보수 대신 매번 처음부터 다시 생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커리큘럼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자료구조, 알고리즘, 컴퓨터구조, 운영체제, 소프트웨어공학 같은 전공 지식은 시대가 변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반이다. 이 기반 위에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더하면, 어떤 산업 분야에서도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IT 전공자들은 기계를 두려워하기보다, 기계와 손잡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개발자가 되기를 바란다. AI 시대는 위기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함께 잘 준비한다면 그만큼의 기회도 반드시 존재한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프로그래밍의 종말이 아닌 재탄생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